제약사 대표 발언에 직원들 분노…"회사가 가해자인데" "야근기록 수기작성 시켜놓고"…회사, 전산기록만 인정
임금체불 혐의 등으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제약사의 대표가 직원들에게 체불된 임금을 재정산·지급하기에 앞서 '일부 돌려받지 못한 임금은 회사에 기부한 것으로 생각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는 '객관적 기준으로 책정했을 때 일부 자신의 생각보다 임금을 덜 받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 발언'이라는 해명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잘못으로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는데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뉴스1의 취재에 따르면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사장)는 지난달 13일 용인 백암공장에서 직원들과 가진 체불임금 관련 설명회에서 '회사 측이 적극적으로 체불임금을 정산했지만 회사가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 일부 임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언급하며 "그냥 회사에 기부했다고 생각해달라.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내가 희생했다고 생각해 달라"고 발언을 했다. 앞서 제일약품은 임원의 여직원 성폭행 의혹으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야근(특근)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들이 발견됐다. 이에 회사는 체불임금을 정산해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산 방식과 금액에 불만이 나왔다.
이날 설명회는 체불임금 1차 정산에서 임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온 과장급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성 대표는 자신은 15년 동안 회사에 근무했지만 수당 미지급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며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운을 뗐다.
이어 성 대표는 "체불된 금액 전액을 지불할 것을 지시했지만 정산 과정에서 데이터의 문제로 손해 보는 직원들이 나올 수도 있다. 회사는 근거가 없으면 (체불임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을 양해해 달라"며 "대의를 위해 직원들이 이해하고 양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여기에 더해 성 대표는 최근 근로감독으로 인해 회사를 비판하는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사업환경이 안 좋아지고 경쟁사에서 사업 기회를 뺏기는 사례도 생겼다며 '이제는 문제를 덮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성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회사이고 임금체불로 고용부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사건이 검찰로 송치돼 피의자 신분인 회사와 경영진들이 마치 현재의 위기가 임금체불 피해자인 직원들의 불만 제기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 분노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직원들의 불만에 대해 제일약품 측은 "성 대표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체불임금을 최대한 지급하려 했지만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더 많이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격려하려는 차원이었다"라며 "회사는 외부 노무, 법률 자문을 받아 기준을 만들었고,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만을 제기한 직원들은 "회사가 책정한 체불임금 지급의 기준도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반발했다. 제일약품은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체불임금 산정 기준을 그룹웨어 접속기록, 출퇴근 시간 전산 기록, 저녁 식사 전산 기록, 출퇴근 교통비 신청 내역 등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회사의 지시로 출퇴근 전산 기록을 남기지 못한 직원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제일약품 회사 직원 A씨는 "회사가 출퇴근 기록을 전산으로 남기지 못하게 해 출퇴근 카드를 들고 다지니도 않았고 저녁도 수기로 작성한 뒤 먹었는데 이를 근거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생산직 직원들은 현장에 있어 그룹웨어 접속도 계속할 수 없고, 출퇴근 교통비 지원도 자차로 출근하는 경우에만 이뤄지는 것이라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A씨 등은 현장에서 직원들이 작성한 야근 수기 기록을 기준으로 체불임금을 정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이 수기 기록이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라 전부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 측은 수기 기록 중 앞서 언급한 '객관적 기준'에 부합하는 것들만 인정해 체불임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회사의 이런 설명이 '거짓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수기 기록 작성을 지시했으며 직원들은 이런 지시에 따라 야근 기록을 매달 엑셀 파일로 작성해 관리자에게 보고했고 확인도 받았는데 이를 '자체적인 기록'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뉴스1 취재과정에서 회사가 메일로 직원들에게 수기로 야근기록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이력과 엑셀 작성 기록들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편, 제일약품은 현재까지 불만을 제기하는 직원들은 소수이며 대부분은 회사의 체불임금 산정에 만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불만사항을 계속해서 듣고 이를 반영해서 체불임금을 산정한 것"이라며 "정산에 불만이 있는 직원들이 남아 있다면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