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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뉴스] 직장갑질에 숨진 캐디 ‘업무상 질병’ 인정하고도 산재 불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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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로고스 |
작성일 | 21-12-13 09:45 |
‘직장 갑질’ 피해를 입고 숨진 20대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유족이 낸 산업재해 신청이 인정되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 받고도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법과 제도의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12일 경기도 파주의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으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한 배아무개씨의 유족이 낸 산업재해 신청이 거절됐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한 처리결과 알림’이라는 공문을 유족에게 보내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다. 배씨를 비롯한 경기보조원들이 회사의 강요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때문이다.
공단은 “고인이 사업주의 기망 행위로 인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씨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라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배씨의 사망 원인을 ‘업무상 질병’이라고 고용노동부가 판단하고도, 산재는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족과 직장갑질119는 반발하고 있다. 2019년 7월 골프장에 입사한 배씨는 관리직원에게 ‘뚱뚱하다고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등 폭언을 지속해서 듣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지난해 9월 배씨가 숨진 뒤 올해 2월 고용노동부는 배씨의 사례를 특수고용노동자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입사 이후 행해진 직장 내 괴롭힘과 원치 않았던 사직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 부당 등의 업무적 요인이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고인의 사망 원인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고용노동부는 배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의 직접 적용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고인이 골프장의 노동자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재단했다”며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복지공단 본부를 상대로 해당 결정에 대해 심사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회사의 지휘 명령을 받고 일하는데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고, 4대 보험료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노동자 아닌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적극적으로 노동자성을 판단해 불법 프리랜서가 판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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