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 노동자가 누수 보수작업 중 추락해 사망한 사건과 에어컨 서비스 기사가 실외기 점검 도중 떨어져 숨진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각각 법인 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에서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 2호 사건이다. 다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이 두 사건 모두 무혐의로 종결해 차이를 보였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아파트 관리 하청업체 대표와 법인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이 회사 소속으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기계전기반에서 근무하던 60대 A씨는 지난 4월 15일 사다리에 올라 누수 보수작업을 하다 1.5m 높이에서 떨어져 끝내 숨졌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안전관리법과 중대재해법 관련 혐의는 고용부 특별사법경찰이 수사한다.
평소 지병을 앓던 A씨가 발을 헛디뎠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고용부가 중대재해법을 적용한 건 ‘지병이 있는 근로자라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법 취지를 따른 것이다. 고용부는 ‘사다리 위에서의 작업’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상 사다리는 이동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2인1조 작업 및 안전모 착용 지침을 따라야 하지만 사고 당시 A씨는 안전모 미착용 상태였다.
정부 관계자는 “지병이 있다고 해서 모든 근로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지진 않는다”며 “보호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워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재 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부분 수사는 경찰이 맡는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 성북경찰서는 해당 사고 원인을 ‘지병으로 인한 실족’이라고 판단하고 단순 변사로 결론냈다. A씨가 지병 때문에 현기증이 나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고 본 것이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성립하려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업체 관리자 등의 과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해당 사건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사건도 추락사다. 고용부는 지난달 대기업 자회사인 전자제품 유지보수서비스 업체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업체 소속 에어컨 서비스 기사 B씨는 지난 4월 12일 송파구의 한 상가 5층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다가 12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B씨는 별다른 안전장비 착용 없이 실외기 상판을 밟고 이동하던 중 미끄러졌다고 한다. 고용부는 에어컨 서비스 장소의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 및 관리하는 회사 내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역시 업무상과실치사의 경우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혼자 시설물을 고치다 추락한 사건이고 관리의무가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 해당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와 수사기관의 사건 접근 방식이 다른 부분은 있지만 그간 경찰이 산재 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에 소극적이었던 건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노동 전문 문은영 변호사는 “경찰의 경우 일반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이 산업재해까지 수사하다 보니 노동 관련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특별전담반을 설치하는 등 고용부와 공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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